[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최근 10년간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은 12.1% 증가했다. 이 중 80%가 사료·퇴비로 사용되었으며, 사료와 비료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바이오가스화는 6.6%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음식물쓰레기와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산업 육성에 나섰다. 친환경 에너지인 바이오가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다. 충남대학교 생물환경화학과 이상민 교수는 가축분뇨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를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매년 늘어나며 악취 문제 일으키는 가축분뇨,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탈바꿈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며 가축 사육두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이와 비례하여 가축분뇨 또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는 매년 6000만t 이상의 가축분뇨가 발생하며, 이 중 90%가 퇴/액비로만 처리되고 있다. 그러나 퇴/액비를 뿌릴 수 있는 경종 농가(논/밭)는 줄어들고 있으며, 과도한 유기질 비료 생산으로 인한 악취 민원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현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가축분뇨의 에너지화를 명시했다. 이로 인해 혐기소화를 통한 바이오가스 시설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축분뇨 처리량은 전체의 5% 수준에 그친다.
축산 슬러지를 에너지화하기 위해서는 20% 미만까지 함수율을 낮춰야 한다. 일반적인 자연 퇴비화 공정에서는 이 과정에서 엄청난 악취가 발생한다. 이상민 교수는 악취의 주요 원인인 암모니아를 미생물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동시에 고속발효건조 공정 최적화를 통해 기존 자연 퇴비화에서 에너지화 가능한 함수율에 도달하기까지 6개월이 소요되던 건조 기간을 1주일 이내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후단 공정에 화학적 가스화 공정을 연계하여 전기, 스팀, 열 생산이 가능해지고 촉매전환 공정까지 접목된다면 바이오가스 공정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율로 수소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하는 수소는 혐기소화를 통해 바이오가스에서 추출한 수소 대비 5배 이상 수율이 좋으며, 경제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축산슬러지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축산 슬러지를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이자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전주김제완주축협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김제자원순환센터에서 실증 연구를 수행 중이다.
“화학적 가스화 공정을 통한 에너지 생산이 이루어진다면 가축분뇨가 발생하는 지역 농가에서 바로 연계해서 고형연료화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김제완주축협에서 해당 사업을 적극 추진해왔으며, 이미 실증을 진행 중이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다시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면 지역사회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최근에는 연구자 주도의 중대형 기술이전 성과 창출 및 기술사업화 협력 생태계 구축을 위한 'IP스타과학자 사업‘에 선정되어 ’축산 슬러지 고속 발효건조 공정기술의 사업화 추진을 위한 IP 고도화 및 상용화‘ 연구를 이어간다. 이 교수는 악취 저감 유용 미생물을 이용해 축산 악취로 인한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를 기대한다며, 고속 발효건조 공정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축산 슬러지로부터 전기, 열, 수소를 생산하는 등 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 전했다. 실제로 해당 기술에 대해 농림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뿐 아니라 다수의 발전사, RE100 달성이 필요한 대기업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 사이 2건의 기술이전이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추가 기술이전을 논의 중이다.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이 탄소배출권으로 인정이 되면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아요. 악취 민원은 물론 축산 슬러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교수는 해당 연구의 실증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사업화에 성공한다면 국가 에너지 안보 및 탄소중립 목표치 달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악취의 근간인 가축분뇨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사회현안 해결 및 지역 균형 발전에도 큰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그다.
미활용 바이오매스의 고부가가치화 연구
충남대학교 생물환경화학과 이상민 교수는 농업 부산물,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로부터 유용 미생물을 이용하여 고부가가치화하는 연구에 집중해왔다. 미활용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 바이오플라스틱 등 화석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 연구실이 최근 진행한 CO2로부터 광합성 세균을 이용하여 바이오항공유 전구체로 직접 전환하는 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수율을 달성하며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자연계로부터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유용 미생물을 직접 발굴하거나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의 고속발효건조 공정을 통해 에너지화하는 분야에 대한 실증 연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 교수는 폐플라스틱, 폐가스, 온실가스 등 저급 탄소자원까지도 미생물의 탄소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연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식물분자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경 만난 바이오에너지는 그의 연구주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활용 식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에 흥미를 느꼈다는 그다. 이 교수는 식물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분야이기에 식물학이 중심일 거라 예상했으나 실질적으로 바이오매스를 전환하는 미생물 및 화학생물공학이 메인임을 확인하고는 겁이 나기도 했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이후 좋은 연구원 선후배들을 만나며 미생물 유전공학/대사공학 또한 식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타 전공자들과의 많은 교류를 통해 타 분야를 이해하며 연구영역을 넓혀갔다. 현재는 농업용 부산물뿐 아니라 가축분뇨, 음식물쓰레기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 폐플라스틱, 나아가 CO2 직접 이용에 이르기까지 미활용되고 있는 모든 저급탄소자원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연구실 넘어 기술이전과 기술사업화까지, 다양한 협업으로 사회에 기여하고파
탄소중립 분야는 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 교수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교류가 있어야 기술사업화가 가능함을 역설했다. 그간 많은 연구자들이 자기 실험실 안에서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일련의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는 데에 그친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더라도 기술사업화에 이르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 배양 연구를 예로 들며 기계공학적인 생물 반응기 제작, 화학공학적인 에너지 공정 시뮬레이션, 기술 경제성 분석 등 타 분야와의 융합이 있을 때 비로소 기술사업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관련 R&D를 지속해온 그는 실험실 수준 연구에서 나아가 Scale-up, 실증, 경제성 평가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접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야말로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미활용 탄소물질은 다 제 미생물의 먹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연구가 많죠. 현재 수행 중인 축산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부터 고속발효건조 공정을 통한 고형연료화에 대한 연구는 물론 전기, 스팀, 열까지 생산할 수 있는 화학적 가스화에 대한 연구, 촉매 공정과의 연계를 통한 수소 생산연구 등 연구 주제가 무궁무진합니다.”
이 교수는 가축분뇨를 악취저감형 고속발효건조를 통해 에너지화하는 기술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관심을 보내오고 있다며, 타 분야 연구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국내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연구들을 사업화하는 것이 목표라 전했다. 학술적으로는 기존에 CO2를 먹지 못하는 효모나 박테리아에서 직접적으로 탄소원으로써 CO2를 소모하는 대사경로를 최적화하여 고부가 물질로 전환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기술사업화라는 목표를 설정하기까지 산업체에서의 경험이 유효했다.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광주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한 이 교수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학교에 있을 때는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었다며, 이는 연구주제를 설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연구하는데 그치는 반면 기업체에서의 연구원 생활을 통해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있을 때 비로소 사업화에 다다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그다.
“해당 연구는 연구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수행하기 어려운 과업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협업으로 사업화 단계에 다다를 수 있었죠. 또한, 이후의 사업화를 위해서는 발전사와 기업 등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서로의 니즈를 확인하고, 충분히 논의하며 기술사업화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협업과 융합으로 자신만의 목표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재 육성할 것
이상민 교수 연구실은 대학원생 2명과 학부연구생 6명으로 구성된 신생 연구실이다. 향후 산학협력 연구를 통해 연구실에서는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기업에서는 현장에의 적용 결과를 확인하며 개선하는 작업을 이어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는 연구실의 연구성과가 논문에 게재되거나 기술이전이 이루어질 때면 연구자로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는 제자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교육자로서의 보람도 컸다.
“연구실에서의 연구가 좋은 성과나 논문에서 그쳐서는 안됩니다. 사업화를 통해 유의미한 변화와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데까지 나아갈 때 비로소 연구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죠. 저 또한 꾸준한 협력을 통해 기술이전과 사업화까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문적인 인재를 양성함에 있어 이 교수는 스스로 장벽을 세우지 말 것을 강조한다. 자신의 목표와 항상 경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천을 강조했다. 무엇이든 액션을 취할 때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학생들 중 많은 경우가 자신의 한계를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 가둬두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행동을 취한다면 보다 나은 성취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면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주변 사람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 덧붙이는 그다. 실패할지라도 실패 속에서 자신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최선을 다한 끝에 실패를 맛보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기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모두가 삶 속에서 그런 경험을 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노력하며 문을 두드린다면 언젠가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늘 곁에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며, 여러 롤모델의 도움으로 현재에 이를 수 있었다는 감사를 전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가 계속해서 협업과 소통을 이어가는 이유다. 융합에 기반한 연구들은 사업화와 기술이전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미활용 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를 좇는 그의 연구는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