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전주기적 관리(Life-cycle Management) 가능한 통찰력 갖춘 규제과학자 양성
의약품의 전주기적 관리(Life-cycle Management) 가능한 통찰력 갖춘 규제과학자 양성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4.07.04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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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규제과학과 서혜선 학과장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은 제품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 및 성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새로운 도구, 기준 및 접근방법 등을 개발하는 분야다. 최근 바이오헬스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국가 혁신성장을 주도할 중점 산업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발맞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을 진행 중인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은 사회·국가적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바이헬스산업에 기여할 우수한 신진 규제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규제과학과 서혜선 학과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전주기 혁신 생태계 구축하는 규제과학 전문가 인재 양성
“규제과학 인재 양성 사업은 식약처가 최초로 시도하는 사업으로 경희대학교는 이러한 사업에 맞춰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첨단바이오, 임상시험의 혁신과 임상·계량약리 연구, Real-World Data(RWD)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등 균형감 있게 이 3개의 트랙을 구성했고, 그에 걸맞은 교수진까지 갖춰 준비했죠. 또한 저희 학교는 한의대학, 치의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이 모두 한 캠퍼스에 모여 있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시너지를 자랑합니다. 과기부가 지정한 서울 유일의 강소연구개발특구인 홍릉강소특구가 인접해 있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부분도 강점이 되었죠.”
경희대학교는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과학 인재양성사업’에 선정돼 일반대학원 내 석사 및 박사학위 과정으로 규제과학과를 신설하고 규제과학 분야의 전문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경희대가 선정된 의약품 유효성 평가 분야는 바이오의약품, IT·NT 융합바이오, 정밀의료, 정보의학 및 규제과학 전문인력 양성과 인허가 및 규제개선을 위한 연구 지원사업이다.
최근 전 세계적 코로나19의 여파 이후, 신변종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신약과 첨단바이오헬스 제품들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첨단제품들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신속히 평가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시급한 상황에서 체계화된 규제과학 전문가의 필요성이 각계에서 거론되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은 첨단바이오 의료제품 개발 및 평가, 임상약리 및 계량약리 기반 임상시험 과정 혁신, 보건 의료 빅데이터 기반 의약품 평가기술 및 규제시스템 개발 분야를 선도하고, 약학, 의학, 경영학, 생명공학 등 다학제적 융합 이론에 기반해 우수한 전임교원과 현장전문가의 강의 및 실습으로 통해 신진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규제과학과 교육 목표는 ‘바이오헬스산업의 전주기 혁신 생태계 구축 전문인력 양성을 통한 글로벌 수준의 규제 합리화 및 바이오헬스산업 발전 제고’이다. 석·박사급 규제과학 전문인력 양성, 규제과학 실무인력 양성, 규제 합리화를 위한 다학제적·융합적 교육체제 구축이 목표다. 세부전공으로는 ▲신종감염병·난치성질환 치료를 위한 첨단·바이오 의료제품 평가, ▲임상·계량약리 기반 임상시험 및 의사결정과정 혁신, ▲보건의료 빅테이터 기반, 의약품 유효성 평가기술 및 규제시스템 개발 등 3가지로 나뉜다.
  

2024년도 제1차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연연구개발사업 신규지원에서 5개 과제 선정 돼
최근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은 2024년도 제1차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연연구개발사업 신규지원에서 5개 과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약학대학은 이번 사업 선정으로 오는 2028년 12월 말까지 과제별로 9억 5,000만 원, 총 47.5억 원을 지원받는다.
이번 사업에는 약학대학의 교원 7명이 참여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고한 7개 사업 중 규제과학을 주제로 하는 ‘규제과학 인재 양성 및 글로벌 협력 연구’ 사업의 ‘식의약 규제과학 글로벌 협력 연구’에서 2개의 연구과제가, ‘혁신 의료제품 규제과학 기술개발 및 규제지원’ 사업에서 3개 연구과제가 선정됐다.
먼저 식의약 규제과학 글로벌 협력 연구 사업에는 ▲바이오헬스 안전성·유효성 평가의 규제과학 기술고도화를 위한 글로벌 협력 연구-RWD/RWE와 인과추론에 기반한 평가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규제 발전 방안 제언(서혜선 교수) ▲계량약리-RWD를 활용한 인종 및 민족 간 차이 평가 방법론 고도화 연구(정은경 교수)  등의 연구과제를 혁신 의료제품 규제과학 기술개발 및 규제지원에서는 ▲크리스퍼 탑재 바이러스 기반 항암치료제의 규제과학 기술 구축(구태영 교수) ▲임상적 재현성과 관련성을 갖는 전임상 데이터 구축 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유효성 평가기술 개발(김지운 교수) ▲세포외소포체 약물 개발 규제지원을 위한 신규 평가기술 개발(최정욱 교수) 등의 과제를 구성했다. 
“글로벌협력 연구과제가 부가되었는데 이러한 국제협력 및 조화가 매우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신약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진출하려면 각 나라에서 평가하는 기준들이 비슷해야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이번 사업 선정은 국내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규제과학 분야의 첨단 연구를 수행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Insight(통찰력), Specialist(특화된) 규제과학자 양성을 목표
규제과학과가 신설되기 전에는 보통 약학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이 식약처에 들어가서 내부적으로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씩 규제과학이 성장을 해왔다. 학회, 특수대학원에서도 RA(Regulatory Affairs, 규제업무) 양성과정이 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헬스, 첨단바이오의약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서혜선 학과장의 설명이다. 각개전투로 노력해온 실무자들, 연구자들이 규제과학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는 니즈가 생기며 식약처의 규제과학 인재사업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규제과학과는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좀 더 과학적인 평가 기준을 갖추고 체계화하고 구체화해서 교육할 수 있는 학과입니다. 경희대학교 규제과학과 인재 양성의 목표는 학생들이 규제과학의 모든 분야를 다 알고 잘하라는 게 아닙니다. 전주기적으로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각 단계를 이해하여, 더 나아가서는 본인의 특화된 분야를 찾아 이를 심화시킬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혜선 학과장은 학생들에게 Attitude(태도), Ownership(주인의식) 2가지를 특별히 강조한다. 스스로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그 모든 것을 대하는 태도가 진실된 연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논문을 보여주면 환자에게 이 연구 결과가 어떤 도움이 될지를, 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있다면 추가로 어떤 것을 분석을 해야 하는 지 반문한다. 또한 학생들과 1년에 한번 워크숍을 통해 1년 전 연구 목표와 과정을 돌아보게 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서 학과장의 꼼꼼한 관리로 학생들은 연구실에서 불철주야 보내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깐깐한 교수로도 입소문이 났지만 학생들의  및 연구수행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한편 경희대학교는 규제과학과는 일반대학원이면서 부분제 학생을 50% 이상을 모집해야 인재양성사업의 부가조건을 따라야 한다. 연구 중점과 동시에 실무형 인재를 키우도록 하는 식약처의 취지이기도 하다. 서 학과장은 이러한 부분제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갈 수 있도록 1달에 1번 랩미팅을 하며 소통하고, 고충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무형 인재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일반 대학원생에게도 벅찬 커리큘럼인데 부분제를 하면서 대학원을 병행한다는 게 학생 입장에서 쉽지 않죠. 그들과 소통을 해보면 비대면 수업을 원하는 피드백이 많아요. 학교에서 원하는 수업 방식과 학생들의 입장을 원만하게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논문 심사나 학회에서 발표할 때, 연구의 결과가 규제과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까지 학생의 언어로 소화해서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 나갔을 때, 학생들의 연구 실력을 보고 감탄하며 인정받았을 때, 랩미팅을 하며 대기업에서 근무 중인 3년 차 된 부분제 학생이 이제야 큰 그림이 그려진다고 이야기할 때도, 보람의 연속이었다. 더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게 된다고 말했다.
“부분제 학생들은 단순히 졸업하기 위해 이곳까지 온 게 아닐 거에요. 실무에서 갈증 났던 부분을 해소하고 싶어서 어렵게 이곳까지 왔기 때문에 쉬운 교육을 하고 싶진 않아요. 또한 벅찬 커리큘럼으로 중도에 하차하고 싶은 친구들도 랩미팅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수업 과정들을 소통하며 서로에게 힘을 줄 수 있죠. 앞으로도 학생들과 더 많은 만남의 기회를 갖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한편 서혜선 학과장은 지난 2023년 12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수여하는 규제과학발전 유공 표창장을 처음으로 받기도 했다. 지난 2021년 새로운 학과를 개설한 후, 심적으로 부담감이 컸지만, 수상을 통해서 스스로를 좀 더 격려해주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것 같았다며, 앞으로도 규제과학과를 이끌어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규제과학과 서혜선 학과장 / 사진 박성래 기자

 

규제과학은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 임상실험의 혁신을 위한 전제조건
어릴 적 미국 UN 산하 기구인 FAO에서 근무하셨던 그의 아버지는 애국심이 넘쳤던 모습으로 기억된다. ‘니가 지금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 반드시 국가에 환원하고,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아버지의 가르침 속에서 성장했다. 서 학과장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본인이 해온 독특한 학문과 연구가 국가에 반드시 쓰임이 되어야겠다고 어느새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매 순간, 주어진 일을 살신성인하는 그의 성격 탓에 다양한 전문가로서 커리어를 쌓아온 그다.
서 학과장은 약사이면서 약학석사, 경제학 석사, 약물경제학 및 정책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빅데이터 분석과 경제성평가 전문가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미국에 소재한 세계 1위 제약바이오 기업과 직접 협력하여 Real-World Data(RWD)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Real-World Evidence(RWE)를 도출하였으며,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연구를 가장 많이 수행한 연구자 중 하나다. 약 20여 년 전, 국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RWD/RWE 연구와 경제성평가, Patient Reported Outcomes (PRO)연구가 별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미국에서 관련 분야에 대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한국에 돌아와서 빅데이터 분석과 경제성평가, PRO 연구를 활발히 수행했다. 특히 경제성평가는 주로 신약의 보험 여부를 결정할 때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규모가 큰 다국적제약사들은 경제성평가를 임상시험 초기 단계부터 기획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신약개발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세계적인 다국적제약사들과 마찬가지로 갈 것이라 확신하는 그다. 
“희귀난치성 치료제를 개발하면 임상시험을 할 때 비교군 선정이 쉽지 않아요. 최근 비교군을 만드는 Real World Data로 만드는 방법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FDA에서는 그렇게 해서 약이 허가를 받고 있죠. 빅데이터, AI를 이용한 데이터는 끊임없이 쌓이고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거죠. 그게 임상실험의 혁신이 되는 거고요. 약이 빨리 개발되고 안전성만 확보가 된다면 환자들에게 더 빨리 쓸 수 있고 가장 큰 이점이 되는 겁니다. 규제과학은 국민에게 정말 중요한 학문이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혜선 학과장은 앞으로 남은 1년은 그동안의 사업들을 정량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또한 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지 식약처로부터 평가되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그 지표를 어떤 것으로 설정이 되어야 할지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의 진행 중인 연구내용을 보여주면서 식약처 실무진과 함께 편하게 논의를 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전주기적 관리(Life-cycle Management)를 할 수 있는 규제과학자를 키우는 것에 가장 최우선 목표로 나아갈 예정이다. 학생들에게도 지금의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국가에 필요한 학문을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가치와 비전을 더 높이 평가하고, 규제과학과를 선택한 초심을 잊지 말라는 마지막으로 이야기와 함께였다. 앞으로도 경희대학교의 규제과학자 양성을 통해 우수한 의약품 제품 개발로 환자의 치료 확대하고, 국민건강 향상과 국가 발전에 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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