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과 만난 한의학, 정량화·객관화로 한의학이 지닌 개인맞춤정밀의학으로서의 가치 극대화
첨단기술과 만난 한의학, 정량화·객관화로 한의학이 지닌 개인맞춤정밀의학으로서의 가치 극대화
  • 박금현
  • 승인 2024.09.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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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웅모 대한융합한의학회 회장·경희대학교 한의디지털융합센터장

최근 기술과학 분야의 화두는 단연 융합이다. AI,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은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며 파괴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융합한의학회는 현대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한의학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한 혁신 한약제재와 새로운 틀의 표준진단 체계는 한의학의 정량화·객관화를 통한 현대화를 이끌고 있다. 한의학을 통한 예방적 접근과 만성질환 관리는 개인맞춤정밀의학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양웅모 대한융합한의학회 회장·경희대학교 한의디지털융합센터장 / 사진 박성래 기자

 

현대과학 및 산업과 융합하는 한의학, 한의학의 객관화·정량화 통한 새로운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
대한융합한의학회는 한의학과 현대과학의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진단 및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학회이다. 2011년 실제 임상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시작한 이후 학계 교수 및 임상 한의사들이 합류해 2019년 융합한의학연구회로 조직을 갖추었으며, 이듬해인 2020년 대한융합한의학회를 창립했다. ‘한의학과 현대과학의 융합을 기반으로 새로운 진단 및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학술 단체’라는 모토 아래 학계의 연구와 임상현장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온 결과 2023년 정회원 학회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1,400여 명의 한의사들이 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융합한의학회는 다양한 연구 및 보급 활동과 더불어 학회 논문 발간, 학술대회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 활동 및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학계의 연구와 임상현장을 연결한다는 비전처럼 학회는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연구를 추구하며 걸출한 성과들을 내놓았다. 2020년 6월 리포사(LIPOSA) 약침 출시를 시작으로 2023년 예진(Ye-jin) 오픈, ES 한약 개발 및 출시, 리모정, 리아토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한 것이다. 학회의 첫 성과물인 리포사 약침은 국소지방분해약침으로 지방분해에 효과적인 약재의 기전과 효과를 입증하여 조제한 약침이다.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수많은 약재를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연구하였으며, 동결건조방식으로 약재를 추출하여 약침 주사제로 만들었다. 현재는 임상계와의 협력을 거쳐 상용화되어 현재 많은 환자들이 시술을 받고 있다. 이는 체질별로 다른 약재를 구성한 세계 최초의 phenotype별 환자 맞춤형 약침 제제이다.
한의 임상결정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DSS) 예진은 한의학 진료와 첨단 IT 기술의 융합을 통해 탄생했다. 개인정밀맞춤의학의 특성을 띄는 한의학은 환자의 모든 건강 및 증상 정보를 취합하여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한다. 다만 객관화·정량화되지 않은 채 한의사 개인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에 지식의 공유와 전승이 부족하다는 한계점도 뚜렷하다. 예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만들어졌다. 웹 기반으로 수집된 환자의 정보와 한의학적 정보를 AI를 통해 처리하며 한의사의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료를 돕는다. 임상 정보의 지속적 축적은 한의학을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맞춤정밀의학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개별농축한약인 ES한약은 유효성분은 높이면서 복용은 편리하게 개선한 제품이다. 모든 약재를 한 번에 추출하는 기존의 한약과 달리 약재별로 유효성분이 가장 잘 추출되는 조건(온도, 시간, 용매 등)을 연구하여 그 조건에 따라 약재별로 개별 추출하고, 추출한 약을 농축하여 처방에 따라 조제한다. 기존의 한약과 동일하게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되며, 환자들은 기존의 파우치 팩이 아닌 5분의 1 정도 양의 스틱농축액으로 복용할 수 있다.
아토피 치료를 위한 외용제(바르는 한약)인 리아토는 아토피 단계별로 급성기용과 만성기용으로 나뉜다. 아토피에 효과적인 약재에 대한 전임상 실험을 통해 기전과 효능을 밝혀냈으며, ES한약 추출법을 통해 외용제로 개발했다. 양웅모 회장은 아토피 등 만성 피부질환은 그 특성상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천연 성분인 한약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설명했다. 리아토와 관련해 많은 호전 임상례가 학회를 통해 보고되고 있다.
리모정은 탈모 개선을 위한 외용제이다. 기존의 약제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과 여성탈모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 극복을 위해 개발되었다. 한의학적으로 탈모는 호르몬 문제뿐 아니라 두피의 혈행 및 순환 등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한 증상이다. 이에 학회는 탈모에 효과적인 약재의 기전과 효과를 입증해 상용화했다. 더불어 피부장벽을 뚫고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는 외용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원내시술용은 MTS, 홈케어용은 마스네슘니들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또한 여러 산업계와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다. 

 

임상한의사 확충 및 융합기술 연구로 한의학의 저변 넓힌다
눈부신 성과를 이룩한 현대의학의 발전은 다양한 산업계와 물리학, 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과 융합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양웅모 회장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과학과의 융합은 물론 다양한 협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로 대한융합한의학회가 선보인 혁신적 제품들은 임상과 현대과학 및 산업계와의 융합 끝에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리포사는 무통약침기와, 리모정은 마이크로니들 디바이스 및 오토MTS와, 예진은 맥진기 등의 진단기기와 융합했다. 이렇듯 그간 임상한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융합기술 연구개발에 앞장서온 대한융합한의학회는 최근 의료기기 분과를 신설했다. 한의학과 현대기술의 융합이라는 학회 정신에 의거 의료기기 개발 및 도입을 학회 차원에서 지원함으로써 한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학회는 의료기기 분과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발전을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한의학 연구는 다방면으로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적 지원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발견해 다시 연구해 개선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여기에는 여러 규제와 기술적 난제도 존재합니다. 식약처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품목분류에 한의학 관련 분야는 아예 포함조차 되어 있지 않죠. 한의학의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학문적 특성을 고려한 규제 합리화 및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한융합한의학회는 한의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학계와 임상의 융합, 한의학과 산업계의 융합을 통해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켜가고 있다. 유용한 진단 치료기술을 임상에 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학회원들에게는 많은 사용과 다양한 피드백을 당부했다. 이러한 의견들이 향후 연구개발의 밑거름이 될 수 있어서다. 
양웅모 회장은 한의학 관련 규제와 제도를 정비하는 정부기관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전통적인 한의학 술기를 벗어나 새로운 한의학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AI의료기기 한의학 분야 설치 등의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양방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놓인 한의 산업계를 위한 투자를 당부했다. 실비보험에서의 제외와 현대적 기술사용을 막는 규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의학적 진단 치료의 객관화·정량화 문제와 한의대 교육과정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예방의학과 만성질환 관리에서 강점이 있는 한의학은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정밀의학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며, 현대적 기준인 객관화·정량화 부분에서의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제도권 의료분야에서도 필수의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의계 최초의 다부처사업 ‘한의디지털융합센터’ 한의-첨단과학의 융합 이끌며 새로운 한의학 시대 연다
한의계 최초 다부처사업으로 설립된 경희대학교 한의디지털융합센터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분야 흐름에 발맞추어 한의 디지털 융합을 선도하고, 한의-첨단과학 융합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한의디지털융합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는 양웅모 회장은 여러 연구자들과 협력을 통해 우수한 연구성과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전문 분야 연구 자문 및 집중 교육, 지속가능한 멘토링 등을 통해 개발 과제별 맞춤 컨설팅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연구자들과의 상호 소통에도 최선을 다한다. 지난 7월에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의디지털융합기술개발’ 사업의 과제를 점검하고, 컨설팅 지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연구자문단 위촉식을 갖기도 했다. 
양 회장은 대한융합한의학회가 선보인 예진, ES한약, 리아토, 리모정 등의 개발에 있어 근거가 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 지난 1월에는 ES한약으로 제3회 한의약 신제품·신기술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연구자로서 연구를 위한 연구를 지양하고, 쓰임이 있는 연구를 하겠다는 첫 다짐을 내걸었던 그는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연구성과가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2019년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의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과분한 활동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와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회장은 학생들과 함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이 연구하고, 그 지식을 나누고자 노력했다. 후학 양성과 연구를 위한 시간이 쌓인 지금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책임감을 느낀다. 학생들이 의료인이 되었을 때 가장 필요한 지식과 그 지식을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그다. 학생들에게는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한의학과 한의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
“제가 교수에 임용될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수행한 한의대 교수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한의학을 외부 시선으로 바라보는 근간이 되었죠. 한의학이 아닌 의대와 약대, 생물학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한의학에 대한 객관적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연구실을 넘어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한의학을 고민하며 연구를 수행해왔죠.”

 

한의학의 현대화 통해 후학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토양 만들 것
양웅모 회장은 늘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의 단점을 지적받고 고치며 발전하는 과정을 즐긴다는 그다. 이러한 삶의 철학은 한의학의 연구 방향에도 녹아든다. 한의학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고치며 발전할 때 비로소 훌륭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교육자이자 연구자, 의료인으로서 끊임없이 반문하고 단점을 개선해나가는 모습이다.
“교수로서 후학 양성도 중요하지만 후학들이 임상가 및 연구자로 사회에 나갔을 때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와 학회의 연구성과들이 현대사회에서 유용하게 활용되며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에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과학이 발전하듯 한의학도 매년 많은 발전과 성과를 내고 있다. 양 회장은 한의학은 조선 시대의 유물이나 보약이나 침 치료에 국한되는 의학 분야가 아님을 역설했다. 현재의 주류의학인 서양의학의 단점을 훌륭히 보완하며 같이 발전해나갈 수 있는 치료의학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삶의 질을 개선하고, 만성 난치질환에 효용성이 높으며, 정밀의학으로서 개인맞춤 헬스케어에도 뚜렷한 강점을 지닌다. 양 회장은 자신을 비롯한 많은 연구자와 임상가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의학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현대 기술과 적극적으로 융합하기 시작한 한의학이 개인맞춤정밀의학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며 한국을 넘어 또 하나의 한류를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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