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학교 생물환경화학과 교수
국내 축산산업은 급격한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이루었으나, 이 과정에서 축산 슬러지 발생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이로 인한 악취 및 토양·수질 등의 환경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특히 2005년 국내에 악취방지법 제정 이후, 악취로 인한 민원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사업, 제품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부분적인 해소에만 국한된 현실이다.
축산 농가에서 악취의 주원인은 분뇨 및 사체가 모아져서 형성된 폐유기성 슬러지로부터 발생하는데, 이는 악취뿐만 아니라 인근 하천/토지/대기 나아가 농작물까지 오염시키는 피해를 야기하며, 또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과 같은 가축 전염병 및 기생충을 확산시키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축산 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축산 슬러지의 90%는 퇴비화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데 지난 2020년 3월부터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축산농가 현장에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도에 따르면 축산면적에 따라 1500m2 이상의 농가는 부숙후기, 1500m2 미만 농가는 부숙중기 기준을 준수하여 퇴비를 농경지에 살포해야 한다. 하지만 축산농가 현장에서는 퇴비 부숙도의 기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여전히 44%의 농가에서는 제도를 모르고 있고, 78%는 부숙도 검사기관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기존 축사 인허가 기준은 축산 분뇨 60일 보관인 반면 퇴비 부숙은 180일 보관이 기준으로 부숙을 위해서는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최소 3배 이상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퇴비부숙 과정 중에는 주기적인 교반작업이 요구되어 포크레인이나 스키드로더 등의 장비가 들어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가축사육제한거리 관련 조례로 인해 퇴비사의 증·개축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는 불법으로 축산 폐기물을 투기 및 매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축산 퇴비사 토양으로부터 발굴한 신규 유용 미생물이 적용된 고속발효건조 공정을 통해 에너지화하는 기술이 대안으로써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기존 축산 슬러지 에너지화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인 건조 과정 중의 에너지 투입량을 유용 미생물의 자열건조를 통해 60% 이상 저감시켜 경제성을 개선시킬 수 있다. 또한 악취의 주요 원인인 암모니아 발생량을 90% 이상 낮출 수 있어 민원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퇴비는 업계 특성상 성수기/비성수기가 존재하는데 반해, 해당 기술을 접목된 고형 에너지화는 연중 축산 슬러지 처리가 가능하다. 연간 5000만톤 이상 발생하는 축산 슬러지의 50%만 에너지화 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95만 ton의 CO2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축산 슬러지 고형 연료는 나아가 합성가스로 전환되어 전기 및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또한, 유용 미생물은 보조사료로써 가축의 생육성 및 생산성을 촉진시키는 용으로도 연계가 가능하며, 향후 축산 슬러지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공장 폐수 등 타 폐유기성 슬러지 에너지화에도 직접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추진 중인 실증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향후 국내에서 수급 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