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안목(Medical Insight)이 기반이 된 기술 연구가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이끌 것
의학적 안목(Medical Insight)이 기반이 된 기술 연구가 국내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의 성장 이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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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8.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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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훈 ㈜케이엠디바이오 대표
김명훈 ㈜케이엠디바이오 대표
김명훈 ㈜케이엠디바이오 대표

제약·바이오 산업은 생명과학 연구 산물을 신약으로 개발하여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산업입니다. 지식 산업으로 특별한 지하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고, 의약품의 가격은 높은데 생산 단가는 높지 않아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연구와 의료 수준은 높아서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부터 판매 가능한 의약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리고, 의약품이 성공적으로 허가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은 투자 후 매출 발생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기술력이 우수하여, 향후 사업성 전망이 좋은 업체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전에 상장을 허용하여 투자사가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기존 업체 중에서 당초 기대하였던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내려가서,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났습니다.

이에 상장을 담당하는 거래소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의 기준을 높였습니다. 상장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상장이 어려워지고 투자금 회수까지 기간이 길어지니 투자사는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어려워졌고, 제약·바이오 스타트업과 연관되어 있는 생태계인 연구대행기관(CRO), 생산대행기관(CMO), 컨설팅 업체 모두가 어려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좋은 논문, 학문적 수준과 연구 역량이 뛰어난 연구자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상장을 추구하였던 지금까지 관행으로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는 한계에 봉착하였습니다.

생명과학 기술이 뛰어나고 의학적 수준도 높아 신약 개발에 유리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약 개발과 이를 통한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발달된 과학기술을 의학적으로 적용하여 환자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내서, 이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하고,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유기적이고도 통합적인 연결이 부족한 것이 큰 이유입니다.

그간의 스타트업과 투자회사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기여한 공헌이 크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우선 저명한 잡지에 실린 우수한 논문과 의약품 개발과의 간극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학문적인 논문은 가능성에 집중합니다. 반면, 개발은 일관성에 집중합니다. 다시 말해서 과학적 논문은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므로 100번 중 1번만 성공을 해서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생각을 높이 평가합니다.

반면, 의약품은 100번 중에서 적어도 95번 이상 일관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후보 약물을 만들어야 하고, 후보 약물과 질환과의 상세한 관련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기술일수록 입증하고, 설명해야 할 기전이 많아지므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됩니다. 때로는 실증 과정에서 재현성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가능성과 위험성을 함께 고려하며 약물 개발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과학적 기술의 진보와 환자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임상 개선과의 관련성입니다. 흔히 새로 개발하는 약물의 약효가 기존 약물보다 강한 것을 최대의 강점으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기존 약물보다 약효가 강한 것은 계속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는 하지만, 약효가 강한 것 그 자체로는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임상적 장점은 많지 않습니다. 효과가 높아지면, 부작용도 많아지니 우선적으로 이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약효가 강한 것은 기존 약보다 적은 양으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하여, 약물 용량을 줄여서 약 알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뿐 환자에게 줄 수 있는 다른 장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약효가 강하면 그 약제를 투여하고 반응이 나타나는 환자의 비율이 높아지거나, 약제의 반응 기간이 길어지거나, 표준 약제에 반응이 없는 내성 환자에 대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존의 약제가 보여주지 못하였던 새로운 효과가 환자에게 줄 수 있는 임상 개선 임상 효과입니다.

이를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하려면, 이러한 요소를 반영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비교 약제는 어떤 것을 선정하고 어떤 임상 개선 효과를 평가할 것인지 그러면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임상시험의 전략적인 고려사항입니다. 대조약 대비 환자에게서 임상 개선 효과를 입증해야 비로소 신약의 의미와 사업성이 있습니다.

복제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주로 개발하였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는 아직 새로운 신약 개발의 성공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질병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상태를 임상시험에 반영하는 업무는 의사들이 유리합니다. 그래서 많은 외국의 큰 제약회사에서는 의사들이 수백 명이 근무하기도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신약 개발에 참여한 경험과 역량이 있는 의사도 소수입니다.

마지막으로는 회사 운영을 위한 재무적인 운영입니다. 연구자에게 무한한 자원과 시간을 투여하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산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시간과 자원에 제한이 있고, 투자하는 비용보다 수익이 많아야 하고, 수익이 날 때까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원활하게 조달되어야 합니다.

개발 초창기부터 비록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예상되는 매출과 매출의 발생 시기를 고려하여, 개발에 드는 비용을 산출하여 이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면서 신약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상되는 매출의 규모와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예상 없이 지속적인 자금을 요청하거나,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서 매출이 낮거나 가능성이 불확실하면 원활한 자금조달이 어렵거나, 자금이 조달되더라도 매출에 의한 자생적인 회사 운영과 회사의 지속성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필요한 개발 자금에 비해서 예상되는 매출이 적으면 개발을 하지 않거나, 좀 더 사업성이 있는 방향으로 초기부터 전략을 수정했어야 합니다. 이미 개발을 시작했다면, 세밀하게 허가받을 수 있는 적응증을 조정하여 개발에 드는 비용과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결국 신약을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적인 진보와 더불어 이를 개발하는 의학적 안목(Medical Insight)입니다. 아직 자료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그간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을 만들어내는 사업적인(의학적인) 안목이 신약 개발의 요체입니다. 자료가 부족하니 위험성이 있고, 자료가 충분할 때까지 기다리면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결국 위험성(risk)이 있는 곳에 수익(return)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관련 경험의 축적과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회피하면서 성과를 만드는 도전적인 사업적 결정이 필요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특히 스타트업의 산업환경은 큰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초기부터 외국의 큰 제약회사에서 보듯이 기술과 의학적 전문성, 사업성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적인 자세와 다양한 부서와 기능이 협업하는 기업문화의 변화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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