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활동을 즐기는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신체활동을 즐기는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1.10.08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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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지금의 어른들이 아이였던 시절, 바깥은 모험과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이유로 바깥 활동과 놀이를 제한받는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공부 때문에 또 코로나 때문에.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육 활동이 축소되고 있는 점도 문제를 키운다. 대한체육회가 풀뿌리 체육을 활성화하는 등 방법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담당자도, 지도자도 부족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체육교육 전문가로서 전선혜 교수는 아이들에게 신체활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통감했고, 오래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기울여왔다. 하지만 이곳저곳을 두드려도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회사를 만들어 직접 변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등장한 교수 창업 기업 퍼스텝은 전 세계에서 나온 과학적인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유아, 어린이들의 발달과정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전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박금현 기자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사진 박성래 기자

 

시기에 맞는 신체활동이 아이의 인생을 변화시킬 것
막 태어난 아이의 뇌는 시냅스의 연결을 통해 발달한다. 이때 몸을 움직여야 뇌세포와 뇌세포(시냅스)의 연결을 도와주는 성장 단백질이 분비된다. 이 시냅스의 80~90%는 세 살 이전에 완성된다. 영유아의 인지발달에 신체활동이 필수적인 이유다. 이에 미국 등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하루에 한 시간 이상 반드시 신체활동을 시키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된 신체활동 프로그램에는 아이들의 발달 요소에 필요한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놀이터, 산, 들에서 얼마든지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 3~5세의 취학 이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대한민국 공통의 보육/교육과정을 뜻하는 ‘누리과정’에서도 첫 번째 영역으로 신체운동·건강 영역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정작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유아 교사들이 대학에서 신체활동 관련 과목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유아들의 신체활동을 제대로 지도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내 대학 유아교육학과 커리큘럼에 동작 교육이라는 과목 정도가 포함되어 있지만 대부분 율동이나 유희를 가르치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육 분야에서는 그동안 유아체육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체육회에서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다른 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하고, 이후 새천년건강체조 개발과 임산부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온 전선혜 교수가 다시금 연구의 명확한 방향을 잡게 된 것도 아이들의 신체활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임산부 관련 연구와 강의를 이어오며 3세 이전의 시기가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며 절박한 마음이 되었다고 말한다.

"3세 이전은 두뇌의 용량이 결정되는 시기에요. 5세까지도 용량을 키우는 시기라고 할 수 있고요. 부모교육을 할 때마다 영유아 시기는 무언가를 집어넣는 단계가 아니니, 부모교육을 할 때마다 조급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요. 용량이 작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많이 넣으려고 하면 넘쳐서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이때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신체활동을 통해 오감을 자극해주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못 받거나 활동을 제한적으로 하면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요."
 

다행히 2000년대에 들어 두뇌와 신체 발달의 관련성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며,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흐름을 타고 연구와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연구가 이론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전 교수의 철칙에 따라 연구의 결과들은 곧바로 현장에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신체활동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이 시기에 맞는 신체활동을 통해 일상생활, 나아가 인생에 필요한 다양한 덕목들을 체득하기 때문이다. 규칙에 대한 개념을 인지하게 되는 건 물론이고 배려심과 인내심, 협응력 같은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어느 이론 과목에서도 배울 수 없는 신체활동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교수가 놀이로서의 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하는 이유다. 전 교수 연구팀은 대한체육회 연구 과제로 유아들의 운동발달 측정도구를 개발하였다. 이를 통해 유아들의 운동발달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민첩성, 협응성 등의 항목을 다이어그램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균형을 갖춰 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솔루션 동작 또한 제공하고 있다. 교수창업 기업인 퍼스텝에서는 이러한 연구들과 함께 신체활동에 관한 키트를 개발해 유치원 선생님들에게 제공하거나 부모를 대상으로 놀이 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회사는 다각화된 활동을 통해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천 번을 넘어지고 엉덩방아를 찧어야 걷는 법을 배운다
최근, 아이에게 맞춤형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를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의 문제에는 100% 부모의 책임이 있다. 제공하는 솔루션도 아이보다는 부모나 집안의 환경을 바꾸는 데에 중점을 둔다.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지도자 양성이나 제도와 정책의 개선은 가정에서의 교육과 돌봄이 제대로 이뤄진 후에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당연히 가정에서의 교육과 돌봄의 주체인 부모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자주 안아주기부터 밥 떠먹이기, 보행기에 앉히기 등 엄마들의 과잉보호가 아이들의 움직임을 막고 있다고 전선혜 교수는 진단한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움직임은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과업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과정과 결과를 경험하도록 지켜봐 주는 일이 분명 필요함에도 여전히 많은 부모가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 이런 과정에서 행동을 억압받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본인이 직접 먹겠다고 떼를 쓰는 어린 아기를 봐도 그렇다. 부모가 알아야 하는 건 아이들은 넘어져 봐야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입에 묻히고 바닥에 흘리는 일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숟가락을 드는데 필요한 힘, 숟가락과 입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입에 잘 넣는 작용들을 익히고, 연습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넘어짐에 대한 걱정과 불안보다 넘어짐으로써 안전하게 움직이는 법을 연습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스로 배우는 기회를 누구도 아닌 부모가 박탈해서는 안 된다.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사고를 결정합니다. 뇌가 균형있게 발전을 하지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가져올 수 있어요. 예전에 퍼스텝 운동발달 센터에 ADHD 진단을 받았다는 아이가 온 적이 있었어요. 수업을 시작했는데도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질러서 아이를 바꾸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유아체육 수업에 참여한 뒤 몇 개월이 지나니 리더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을 이끌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장애학교를 보내려 고민했었는데 지금 일반 학교에 다니고요. 이런 사례들을 확인할 때 아이들을 어른들의 제한된 틀 안에서 잘못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ADHD 판단을 너무 쉽게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되고요.” 
전 교수는 나름의 크고 작은 역경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는 힘과 주체성을 키울 수 있도록 부모가 돕고, 이 과정에서 시기에 맞는 적절한 신체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아이들이 평생 몸과 마음을 안전하게 움직이는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그래서 위험한 순간을 본인의 힘으로 극복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30대 장성한 아들이 둘 있는데요. 아이들 어렸을 때 수영과 여러 가지 운동을 배우게 했어요. 아들이 외국계 대기업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정말 힘든 과정을 거치더라고요. 잠을 거의 못 자면서도 삼 개월을 씩씩하게 견뎌내는 걸 보고 어렸을 때 충분한 운동을 시킨 게 다행이다 싶었어요.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배우는 리더십, 인내심 등은 다른 방식으로는 절대 못 배워요. 놀이 프로그램을 시키면 아이들의 각기 다른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도 그 증거죠. 신체활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계속 이야기할 거예요. 첫째로 부모가 바뀌어야 하고요.”
전 교수는 코로나로 수업이 어려워진 올해에도 유아들을 위한 비대면 체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국 2,000여 가정의 부모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와 더불어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부모들을 위해 IT 등 발전된 기술과 연계해 프로그램과 앱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등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제대로된 지도자가 키운 아이들이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과정은 국가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항이지만, 유아 체육교육에 대해서는 유아 교육과 체육 분야 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실효성 있는 방안들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게 전선혜 교수의 생각이다. 신체 발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누리과정을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개정했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인 제시가 명확하지 않다. 더욱 문제인 건 유아 교육과 연계 과정으로 만들어진 초등학교 1, 2학년의 경우 ‘체육’이  생략되어 있다. 무려 40여 년 이상 우리나라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 체육이 아예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심각성을 인지하여 교육과정의 전반을 검토해야 하며, 그에 맞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박금현 기자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사진 박성래 기자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지도자의 부족이에요. 우리나라 거의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에는 체육 선생님이 없어요. 이를 보완하고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가 자격증인 유소년 스포츠지도사라는 과정을 만들어서 자격증을 딴 사람들은 초등학교에서 체육 전담 강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런데 여러 명을 쓸 수는 없으니 체육 전담 강사가 파견되어도 6학년 중심으로 배정되고, 1, 2학년은 또다시 밀리지요. 그래서 퍼스텝에서는 유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지도자 양성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어요. 지도자를 양성하고, 교육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첫 번째 과업이니까요.”
전 교수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지도자 자격연수 기관인 중앙대학교 체육지도자 연수원장도 겸하고 있다. 유소년 스포츠지도사를 비롯해 전문, 생활체육 스포츠지도사 등의 과정을 운영하면서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애쓰고 있다. 올해에는 작년 코로나로 연수를 진행하지 못한 관계로 두 번의 연수를 진행하였고 교육생 수가 7,200여 명에 이른다. 그중에 유소년스포츠 지도사 과정을 이수한 수는 1,400여 명. 이뿐만 아니라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영유아 놀이테라피”라는 전공 과정을 신설하여 유아 체육 분야에 대한 지도자들의 요구도 해소하고 있다. 이들은 미래에 유아 교육과 체육 분야 사이의 소통을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차근차근 지도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역량 역시 키우고자 한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는 건 그 아이들의 미래도, 우리의 미래도 밝히는 일이에요. 교육자는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건 인터넷이 훨씬 더 똑똑하게 잘하지요. 아이들을 건강하게 좋은 인성을 가진 미래 지도자로 키우는 것은 온라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이고 지도자가 꼭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지요. 그 역할에 대한 사명감과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아이들을 잘 키워내겠다는 지도자의 책임감,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과 믿음, 그리고 그 진심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세상을 만들고 세상을 바꾼다. 전 교수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시작을 만드는 퍼스텝과 함께 전선혜 교수의 행보를 응원한다.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박금현 기자
전선혜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퍼스텝 대표 /사진 박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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