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Now] 국내 전기차 산업에 그림자 드리운 ‘IRA', 긴밀한 대응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 최대한 확보해야
[Monthly Now] 국내 전기차 산업에 그림자 드리운 ‘IRA', 긴밀한 대응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 최대한 확보해야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2.11.17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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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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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후 3개월이 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연두교서에서 바이 아메리칸을 강조하며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아이오닉5, EV6로 호평 받으며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던 현대차·기아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IRA 유예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실무협상을 지속하는 등 우리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긴밀한 대응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위한 IRA 발효,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높여가던 한국 자동차 산업에 켜진 빨간불

2022816일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더 나은 재건 법안(BBB)’을 수정한 IRA는 기후변화에의 대응 및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법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확대와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겨냥하고 있기에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RA 법안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해야 한다. 중국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으로 전기차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세계자동차제조협회(AAI)IRA 발효로 수년 내 모든 전기차가 세제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현재 리튬, 니켈 등 원자재 원광의 70% 이상이 중국에서 제련하고 있다. 자연스레 중국산 광물과 소재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배터리업체들도 제조와 배터리 조달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또한 북미에서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어 한국에서 전기차를 조립해 수출하는 우리 기업의 매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국내 생산해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신공장 건설 전까지 생산 모델을 늘리고, 기아는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TA, WTO 등 국제 통상 규범 벗어난 조치...세계 각국의 우려표명 이어져

114일 우리 정부는 IRA와 관련해 친환경차 세액공제 조항을 3년간 유예하고 친환경차의 조건을 완화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측에 제출했다. IRA 하위규정을 마련 중인 미 재무부는 4일까지 1개월 간 의견을 수렴해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의견서를 통해 IRA상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들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 친환경차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통상 규범에도 위반 소지가 있음을 강조하며 북미산에만 제공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요건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줄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내 투자가 예정된 기업에 대해서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관련 요건을 3년간 유예해달라는 요구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에 대해서도 일부 조립만 북미에서 해도 요건이 충족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럽연합(EU) 또한 IRA에 공식적으로 항의하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EU의 공식 의견서에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전환 정책을 이해하지만 IRA에 명기된 금융 혜택에 대해서는 걱정이 된다는 입장이 담겼다. IRA가 교역국 모두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글로벌 보조금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또한 IRA에 포함된 9가지 세제 지원 조건에 차별적 성격이 있으며, 해당 사항들이 국제 무역 규칙에 어긋남을 지적했다. EU는 트럼프 정부 당시에도 항공기 제작사에 대한 보조금 갈등과 IT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징수 등을 놓고 미국과 보복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을 벌인 바 있다.

 

기대 커지는 IRA 개정안, 대응 방안 마련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 생태계 지키기 위한 논의 이어져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13일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조항을 담은 IRA의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50분가량 회담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긴축재정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미 간 더욱 긴밀한 경제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친서를 통해 "IRA에 대한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한미 간에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IRA 관련 실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이 상원에 이어 IRA 개정안을 발의하며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IRA 법안에서 논란이 되었던 ‘Made in USA'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조항을 3년 유예하는데 있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시름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가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IRA에의 대응을 위해 내년으로 계획했던 조지아주 공장 건설 일정을 앞당겨 지난달 착공했다. 이 공장은 오는 2025년 가동 예정으로, IRA 개정으로 3년 유예가 이루어질 경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유예 해택을 받고,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부터는 IRA 법안과 무관하게 현지 시장 공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치러진 미국 중간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등 바이든 정부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IRA 규정 적용이 유예되거나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IRA와 관련된 하위 규정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한국과 유럽 측의 우려에 대해 많이 들었고 우리는 분명히 이를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IRA)이 그렇게 되어 있고, 우리는 법에 정해진 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경직된 입장을 유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 IRA 제정을 최대 입법 성과로 내세웠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IRA 법안 유예개정안 등이 발의된 만큼 미국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고속 성장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2차전지 업체 간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조사별 누적 20만대 판매라는 누적 판매 상한 제한이 풀리는 내년 1월부터는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제생태계를 지키면서도 공동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세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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