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마다 그에 맞는 이야기를 담아 가치를 전하는 건축사
건축물마다 그에 맞는 이야기를 담아 가치를 전하는 건축사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3.04.05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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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석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이상석 대표에게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건축사무소의 첫 당선작이자 준공작인 원고개도서관의 통로에서 뒹굴며 책을 읽던 아이들의 모습이다. 넓지 않은 통로에 그의 자녀들과 지역의 아이들이 더없이 편한 자세로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그는 건축의 의미와 건축가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겼다.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는 자신들이 만든 공간 안에서 각자의 기쁨을 찾는 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유행을 좇으며 결과물을 제공하는 것은 지양한다. 이들은 건물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과정에서 정도를 지키며 사용자를 위한 공간을 선물하는, 오래 자리를 지키는 고목 나무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이상석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이상석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 대표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대구·경북 지역의 활력을 더하는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의 공공건축물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는 ‘사람을 향하는 건축’을 지향하는 올해 10년 차에 접어든 건축그룹이다. 이상석 대표는 고향인 대구에 자리를 잡고 주민센터와 복지관, 도서관, 학교 등 공익성이 높은 지역의 공공건축물을 주로 설계하고 있으며,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건축물들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대구 서구청 복합커뮤니티시설과 배나무샘골마을문화센터, 비산1동 원고개 구립도서관, 대구 달성화석박물관 등이 있다.

배나무샘골마을문화센터
배나무샘골마을문화센터
지산종합사회복지관
지산종합사회복지관

 

건축물마다 그에 맞는 스토리를 담는 점은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 건축의 특징이다. 대구 달성화석박물관은 암모나이트를 모티브로 해 건축물을 짓고, 복합커뮤니티시설을 지을 때는 음악과 예술이라는 주제가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해지도록 피아노를 형상화하는 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산종합사회복지관은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지산종합사회복지관 건립사업 설계 공모’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당선작으로 공모전에 참여한 업체들에 호평을 받았다. 영구임대 아파트 내 낡은 복지관을 철거한 뒤 시청각 도서관, 각종 프로그램실, 목욕탕, 급식실 등을 갖춘 새로운 복지관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까지 면적 2천300㎡ 규모의 큰 사업이다. 설계 공모에 작품을 제출한 8개의 사업체 중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는 낡은 복지관의 주된 문제였던 환기, 채광, 좁은 공간 등의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했고, 이용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전면을 개방적인 공간으로 구성한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건립사업의 주체로 선정은 되었지만, 40년 이상 이용한 건물을 탈바꿈시키는 일이 간단치는 않았다. 위치부터 공간까지 고려해야 할 요소와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건축사사무소는 개방감을 건축의 기본 컨셉으로 정하고, 건물 중앙을 가로지르는 통로를 떠올렸다. 전면의 도로와 후면의 주차장이 건물을 막은 탓에 샛길로 통행하던 이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것. 이후의 설계는 의외로 수월하게 풀렸다. 통로가 만드는 틈으로 지하에 빛과 신선한 공기가 유입될 수 있고, 외부에서 바로 연결되는 직선계단도 차례로 구상했다. 특히, 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과 후 교실이나 동아리방, 프로그램실이 주로 지하에 위치한다는 점까지 설계에 반영했다. 새 복지관은 2024년 4월에 착공해 2025년 7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층 중앙에 통로를 만들어 건물을 좌우에 배치했고, 가장 중요한 도서관과 체육관을 전면에, 사무실을 후면에 두었습니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있는 직선계단을 만들어 1층을 거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했고, 1층 상부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옥상정원 공간도 구상했어요. 강당과 급식실이 위치한 3층에는 확장이 가능한 접이식 문을 설계해 많은 인원도 수용할 수 있고요. 이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해 설계한 만큼 대구시민을 위한 지역 내 최고의 복지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탄탄한 실력과 지역의 특색을 담은 창의적 건축을 통해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의 작품들은 다양한 곳에서 인정을 받는다. 2016년 서구청 제2노인복지관 우수작, 청도군 장애인복지관 우수작을 시작으로 2017년 서구청 비산1동 구립도서관 당선작, 2019년 지역건축교류전 수상, 2020년 서구청 복합커뮤니티시설 우수작, 대구 남구청 배나무샘골 마을문화센터 당선작과 달성 화석박물관 건립공사 입상작까지 굵직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2016년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건축계를 이끌 차세대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지역에 위치한 건축사사무소로 낮은 건축설계비와 수도권에 집중된 일자리 등 극복하고 보완해야 할 요소들이 많지만, 굴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지역 건축의 부흥기를 이끄는 동시에 올바른 건축문화를 이끌겠다는 포부 또한 전한다.

원고개도서관
원고개도서관

 

원고개도서관
원고개도서관

 

건축가의 역할과 건축의 가치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1979년에 시작되어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다. 그러나 세월을 거듭하며 ‘백인 스타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던 프리츠커상은 2016년 칠레의 사회 참여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냐가 수상자로 선정되며 변곡점을 맞이했다. 아라베냐는 칠레 북부 이키케에서 ‘빈민을 위한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작업했는데, 정부의 건축지원금이 적은 탓에 완전한 건물 시공이 불가능해지자 그는 절반만 완성된 주택을 짓고 나머지는 주민들 스스로 증축·개축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은 주택의 증축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근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프리츠커상 수상작의 변화에서도 드러나듯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건축에 담은 가치와 공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건축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 수준이 높아지며 건축에도 다양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지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축물은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이기도 하다.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가 건축에 담고자 하는 가치는 사람과 도시로 축약할 수 있다. 건축사무소가 설계하고 만든 공간에 도시의 사람들이 모이고 관계를 맺으며, 누군가에게는 휴식의 시간을 선사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꿈을 키우는 곳이 된다. 건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사람과 도시를 잇는 일. 이것이 이들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저는 요즘 마라톤의 매력에 푹 빠져 있어요. 5km 정도를 달리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멈추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고비를 이겨내고 10km를 통과하고, 결승점이 도달했을 때의 희열은 그동안의 고통을 상쇄하는 건 물론 또 도전할 힘이 됩니다. 건축가로서 많은 순간 어려움과 절망을 경험하겠지만 낙숫물이 댓돌에 구멍을 뚫는다는 말처럼 꾸준히 레이스를 지속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많은 이들과 함께 결승점에 도달하는 순간을 꿈꾸며 우리들의 레이스를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안심119안전센터
안심119안전센터

기쁨을 품은 건축

대구 근교의 농촌에서 성장한 이상석 대표는 아버지와 외삼촌을 도와 서까래를 엮고 구들장을 놓던 어린 시절부터 건축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손재주나 뛰어난 감각은 목수를 업으로 삼은 외삼촌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건축학과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건축학을 배우며 기대감을 품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IMF 외환위기로 건축 경기 역시 불황이 불어닥친 때에 수도권도 아닌 지방에서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고, 노력의 결과로 건축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후 다년간 건축 실무와 이론을 익히며 건축사 시험에 합격하는 등 탄탄한 실력을 쌓은 것은 물론, 건축학원 겸임 강사로 활동하며 교육자로서의 발판도 삼았다. 현재 그는 모교인 영남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대구경북건축가협회의 총무이사로 일하며 산업계의 발전과 후학 양성에도 힘 쏟고 있다. 1992년 건축학과에 막 입학한 신입생이었던 그를 이끌어준 선배처럼, 절박하게 일할 곳을 찾던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에게 다가와 아낌없는 조언을 건넨 스승처럼 그 또한 건축사로서 입지를 다지게 되면 후배 건축사들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대구·경북 지역 학교의 학생들은 대구경북건축가협회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외 프로젝트를 경험할 기회가 있어요. 저도 방학 때 6~7개 학교의 학생들이 모이는 건축아카데미에 참여하곤 했는데 그때의 경험과 기억이 오랫동안 좋게 남았어요. 기성 건축가가 되어 받은 혜택을 돌려주면 된다는 당시 선배들의 이야기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협회의 이한호 회장께서 인지도가 없었던 저를 총무이사로 발탁해주셨고, 덕분에 지난 2년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총무이사로 일하며 학생들과의 다양한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지난해에는 우수한 건축 작품과 관련 세미나,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유익한 정보를 소개하는 2022 대한민국 건축문화제를 성공적으로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25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대구경북건축가협회는 매년 대구국제건축대전과 대구건축아카데미, 건축포럼, 건축아카데미, 건축문화 답사 등을 주관·주최하며 대구시 건축상, 후당건축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선후배 건축가들 사이에 자유로운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으며, 지산장학회를 운영해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상석 대표는 무언가를 단단히 지탱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확신으로 학생들과 협회의 회원들을 비롯해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고자 노력한다. 그는 건축을 오랜 수련이 필요한 학문이며 전기, 기계, 토목, 조경 등 여러 분야와의 협업이 필요한 학문으로 정의한다. 이 말은 즉 쉼 없이 토론하며 아이디어를 나누며 지난한 과정을 함께한 직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취가 가능했다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그는 사람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업계의 현실상 지키기 어려운 긴 업무시간이나 업무에 비해 낮은 임금 등의 개선을 위해 애쓴다.

“저도 행복하고 스태프들도 행복해야 합니다. 건축사무소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늘 야근에 시달리는 동시에 박봉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저 역시 그런 환경에서 일했기도 했지만, 스태프들에게는 그 연결고리를 끊고 싶었어요. 정시 출근과 퇴근이라는 기본 요소를 지키려 하고, 업무의 효율을 높이고 스태프들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체계도 만들어가려고 해요. 저녁이 있는 삶은 스태프들을 행복하게 하고, 충분한 휴식에서 업무의 추진력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요.”

건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도서관에서 삶의 지혜를 찾는 기쁨, 문화센터에서 다른 이와 교감하는 기쁨 등 다양한 경험과 기억을 간직한 건축물이 단연 좋은 건축이다. 그리고 기쁨을 주는 건축물은 기쁨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 수 있다. 이상도시건축사사무소는 건축의 의미를 되새기며 모두의 기쁨이 되는 건축물을 지역에,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제공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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