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방향을 가진 확실함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바른 방향을 가진 확실함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 월간인물
  • 승인 2023.05.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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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정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나노바이오이미징 대표
정환정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나노바이오이미징 대표
정환정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
㈜나노바이오이미징 대표

오늘도 자동차를 운전한다. 자동차로 도로를 주행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우리나라 포장도로는 이렇게 패인 데가 많고, 패인 곳을 메운 곳은 올라와 있어서 차량이 튀게 되는가? 또 우리나라 포장도로는 왜 맨홀 뚜껑이 움푹 안으로 들어가 있고 시간이 지나고 수리를 할수록 더욱 깊이 들어가 차량이 거기를 지나갈 때마다 쿵 하고 빠지게 되는가? 주변 건물에서 필요한 공사를 하면 도로가 파헤쳐진다. 공사가 끝나고 도로가 제대로 원상복귀가 된 적을 거의 보기 힘들다. 덮여도 항상 주변의 도로보다 불룩 올라와 있다. 당연히 차가 튄다. 차가 건강할 수 없는 구조이다.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규범들이 안 지켜져 많은 일반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선진국 출장을 다니면서 이런 생활시스템은 경험한 적이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는 해결되어야 하는 기본 내용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왜 선시공 후분양을 하지 않는가? 왜 아파트 구매자가 모델하우스만을 보고 구매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시공이 되면 하자 투성이인가? 건설회사 도와주는 구조로 건축시장이 형성이 되고, 하자가 많이 있게 지어놓고 그것을 보수해주어야 하네 못 하네 하는 시위가 발생하고 감리와 허가관청은 책임을 지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일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다른 사업은 물건 만든 후에 판매를 하는데 건축시장은 그렇지 않다. 존재하지 않는 건축물을 보고 미리 사니 브랜드를 보고 살 수밖에 없는 건축시장이 형성되고 사람들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요소와 관련하여 건강한 사고를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사회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가.

사회 및 산업 발전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학문들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학문이 서로 연관관계를 가지고 서로의 발전을 위해 교류를 하여야 만이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이런 학문을 하는 전당이 대학이었고 상아탑이라고 하였으나, 현재는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부분만이 강조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삼모사의 교육정책이 너무 많다. 너무 빨리 끓었다가 너무 빠르게 식고 금방 다른 부분으로 이동한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교육을 얘기하고 노벨상을 얘기한다. 한 30년은 창의적 시스템을 가지고 지속되어야 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눈앞의 성과만을 위한 정책들이 난무하다. 이런 판단과 얘기를 우리는 너무 많이 하였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학원 선생님보다 학교의 교사가 더 못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고, 방식은 더 구태의연하다. 시간이 없고 재정이 없다고 한다. 노력은 제대로 하는가? 파행적이고 일면적인 발전은 오래 가지 못하고 백년대계 교육의 건강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디베이트를 초등학교 때 하면 무엇하나 그 이후 모두 틀린 답과 맞는 답 찾아내는 오징어 게임을 하고 있다.

우리는 '혁신(innovation)'을 얘기한다. 혁신을 위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정을 특례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행정을 시행한다. 법령을 정할 때 혁신이 가능한 구조가 포함되어 있다면 우리는 이런 논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방형 문구는 이 틈새를 파고드는 부정적 활용 의도를 막기 위해 모두 닫혀있으며, 공무원은 전문성을 위원회에 넘겨 비벼댈 언덕을 만들어놓았지만, 위원회는 경험과 구체적 사고의 부재가 많고 위원들은 자신 영역의 셈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편 끌어들이는 대승적이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본다.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권위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내용을 상상하고 구현해본 각각의 사회적 분야에서의 인력만이 혁신의 구체적 내용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이라는 이름에 재정과 사람을 산술적으로 모아놓은 것은 아닌가. 혁신적 내용이 현실에 안착한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혁신적 도전은 한국을 떠나서는 가능한데 왜 우리 안에서는 불가능한가. 원래 혁신은 급격해서 건강에 좋지 않지만, 제대로 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면 그나마 급성 질환은 막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마저 가능성의 크기는 크지 않은 것 같다. TV와 라디오에서 높으신 분들은 여전히 혁신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분들에게는 연락이 닿질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고 있다. 많은 보건의료 및 행정에 관련된 분들의 수고로 우리나라는 코로나 시대를 잘 극복한 모범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자평한다. 팬데믹에서 벗어나 엔데믹 시대를 선언하였고, 6월 1일부터는 거의 모든 것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예측된다. 70년대 국내 건설현장 내지는 수출의 역군이라고 재봉틀이나 납땜질을 열심히 하였던 산업의 역군들이 자꾸 연상된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 대리 전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고, 지금 그들은 그 이상의 기술을 고민하고 실험하고 있을 것인데 우리는 이제 mRNA의 시대가 왔다고 연구 주제의 쏠림이 있다. mRNA가 보편화되었으나 우리에게는 그것이 이제 첨단이다. 새로운 팬데믹이 올 것이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는데 과학적 주제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mRNA기법을 적용한다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mRNA 의약품의 역사는 2020년이 시초가 아니며, 1987년 이전에도 있었으며, 1987년 로버트 말론의 실험이 획기적 발전을 가져온 이후 코로나에 대한 백신개발로 이어진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개발이 가능하였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식약처는 임상시험을 하게 해 주었을까 하고 생각하면 전문가위원회에 물어보았을 것이고, 레퍼런스가 없고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라는 답을 주었을 것이라는데 나는 한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는 현재의 mRNA 이상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이다. 그 많은 인력이 팬데믹을 막기 위해 몸으로 마지노선을 형성하고 있을 때, 그 많은 연구비는 무슨 성과를 우리에게 돌려주었는가? 그 상황에서도 그리고 현재에도 법규와 레퍼런스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팬데믹이라는 일종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삼지창을 든 병사들이 적들이 쏘는 화살을, 총알을 제일 앞에서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나라를 지키던 역사드라마의 한 장면과 장영실의 도전들이 모두 깡그리 내외부의 사람들에 의해 그럴듯한 이유를 가지고 부서짐을 당하는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창작물로 만들어져 후손에게 다시 역사의 가르침을 배우자고 하지만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은 현실을 본다. 노동집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 운영방식을 가진 나라라는 건강하지 않은 생각들이 자꾸 머리에 떠올라 벗어나기 위해 잠을 청하게 된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위의 다섯 가지 이슈는 옴니버스식 표현이다. 차가 튀고 패어진 도로에 차가 쿵쿵거리면서도 내가 관여된 공사 때는 빠른 마무리를 위해 대충 하고, 문제가 많게 지어질 실체 없는 아파트 청약환경에서도 시세차익을 위해 줄을 서고 있고, 모든 학문이 균형 발전되지 않고 있는 교육환경에서 우선 내 자식의 전공 쏠림 현상에 동참하면서 외부적으로는 모든 학문이 중요하다고 말을 하고 있지는 않는가. 미래 패러다임의 구체성이 결여되어 법령과 인력의 산술적 집합으로 구성된 힘없는 혁신 시스템을 만들게 되고, 정해진 매뉴얼을 굳게 믿고 몸으로 때우는 관리와 통제의 고비용 보건의료체제는 잘 돌아가지만, 튼튼한 기초학문에 기반할 때만 가능한 효율적인 예방과 치료법 개발은 도출하지 못 하는 열악한 의료기술 생산국은 아닌가. 국민은 자기모순과 시스템의 모순을 동시에 가지고 비효율적이지만 가능한 일을 열심히 해내가고 있다.

좀 더 좋은 조건과 상황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일의 목적을 중심에 놓고 구체적이고 일관된 방향성을 확립하면서 일이 확실히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포장을 하고 도로를 파헤치고 난 후 그 표면이 잘 유지되는 것이 공사의 목적이고 그렇게 안 되면 승인을 한 해 주어야 하는 것이고, 정확한 선시공이 이루어지고 분양이 이루어져서 사람들이 지어진 것을 가지고 선택하는 환경이 되면 회사의 존립의 문제이므로 부실시공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학문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지고 기초적인 부분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면서도 연구자들이 아전인수하지 못 하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면 기본적인 연구활동은 유지될 것이고, 각 분야 별로 혁신적 도전과 성과가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혁신적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게 하면 학문적 성과와 혁신적 도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혁신적 도전을 해 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과감히 도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혁신은 현재의 잣대와 학문적 성과만으로 판단하는 순간 혁신의 새신이 아닌 헌 신이 되어 버릴 것이다.

무엇을 하든 확실하게 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게 하는 시스템을 재정비하여야 반복되는 정자교 붕괴와 같은 건강하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다. 과거의 삐틀어진 시스템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자교는 아직도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무너져 갈 것이다. 무너질 것은 무너져야 하지만 직접 관계없는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확실함이 정착하여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나는 것을 걱정하는 나라가 아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상상하지 못 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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