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 통합적 시각(One-Health)하에서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인수공통감염병 예방과 야생동물 질병관리에 앞장설 것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 통합적 시각(One-Health)하에서 과학적 기법을 활용해 인수공통감염병 예방과 야생동물 질병관리에 앞장설 것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3.06.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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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물·순환경제’ 3대 녹색신산업과 함께 만드는 지속가능한 환경 생태계, 그린오션 선도국가로 앞장서는 대한민국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사진=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팬데믹 이후 정부와 학계, 국민 모두가 국가차원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의 원인과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야생동물 질병 분야에 대한 정책적 기대와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야생동물 질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심도 있는 연구를 하는 전문기관으로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인수공통감염병의 극복 과정에서 국가기관 간의 협업을 통해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먼저 인사 말씀과 함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이끌어 가시는 원장님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신동인입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20209월 설립된 환경부 소속기관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과 같은 야생동물 질병을 진단하고 대응하는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질병관리청)-가축(농림축산검역본부)과 달리 야생동물 질병을 관리하는 전담기관이 없어 야생동물 질병 발생 시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전문적인 대응과 연구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신설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야생동물 질병 관리 정책의 핵심은 질병이 야생동물에서 가축으로 사람으로 종간장벽(種間障壁, species barriers)을 넘지 않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통합적 시각(One-Health)에서 질병의 원인을 분석, 점검,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세계적 흐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질병을 다루고 있는 질병관리청과 가축 전염병을 관리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와의 협업을 통해 질병관리 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질병 현안에 공동 대처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께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최근에는 엠폭스라 불리는 원숭이두창과 함께 포유류의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등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우려가 더 한층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사람-동물 간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 zoonosis) 관리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분야의 통합적 질병관리를 위한 중심기관으로서 기관 내 어떠한 연구 및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통합적 야생동물 질병 관리는 대개 미리 살펴 조사하는 예찰(豫察), 병원체에 대한 진단(양성·음성 판정), 방역 및 역학조사 등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고 있으며, 질병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철새의 이동에 따라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가 좋은 사례일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 철새가 번식지인 몽골, 러시아 등과 같은 북위도 지역에서 생활하다가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과정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주로 유입되는데요. 이러한 AI 바이러스를 사전에 대응하기 위해 저희 원에서는 북위도 지역에 조기 감시망을 운영해 다가올 겨울철에 어떤 AI가 유행할지 미리 예측하는 여름 AI 예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철새가 도래하는 9월 말부터는 전국 87개 지점을 대상으로 포괄적 모니터링체계를 구축·운영하는 등 국내 예찰을 강화하여 AI 대응과 차단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4월말 기준 ’22~’23 겨울철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야생조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174건에 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야생조류의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의 분변과 폐사체에서 검출되고 있음을 고려하여, 그에 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분석하는 등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의 예측체계 구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자료의 축적이 고도화되면 될수록 예측의 신뢰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또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과 같은 최신의 기법을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전장유전체 분석실을 마련하여 변이가 심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다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 불리는 ASF 조기 대응을 위한 사업과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ASF는 멧돼지과() 동물에게 전염되는 질병으로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니지만, 치사율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법을 활용하는 등 선제적이면서도 촘촘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2022년 시범운영을 통해 성과가 확인된 열화상카메라와 탐지견을 실전 투입하고 발생 현황과 생체·생태 특성, 환경역학 등을 종합 분석하여 멧돼지 폐사체의 확산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또한, 야생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하는 울타리를 적재적소에 설치·운영하고, 각 시·군별로 포획과 수색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민간의 백신 기술개발 역량을 지원하고 협력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 공동연구를 통해 그리고 연구용역을 통해 백신후보주 선정과 안전성·효능성을 지속 점검·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참진드기가 사람 또는 동물을 숙주로 흡혈활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있습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라는 질병으로 전파를 막기 위해 참진드기의 활동이 활발한 4~11월 사이 SFTS 발생 위험지역의 고라니 시료를 확보하여 항원과 항체 검사를 실시하는 등 자연환경 내 SFTS 감시를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이외에도 동물원에서 생활하는 동물이 걸리는 질병 중에는 결핵 등과 같이 사람이나 동물에게 큰 피해를 유발하는 질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관계기관과 함께 상시적으로 질병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속도감 있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는 기관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 대외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가축의 질병을 담당하는 유관기관, 해당 질병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농가 및 목축업자, 그리고 일반 시민과의 소통 및 협력관계 구축이 매우 중요합니다. 야생동물 질병진단은 검사시료 채취-질병진단-결과전파-방역조치(역학조사)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이 모든 과정의 첫 출발은 일반 국민께서 질병에 걸린 야생동물을 보는 경우 신고해주는 것입니다. ‘국민 참여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ASF·AI 폐사체 발생 시 신고요령, 산행 시 행동 요령 등 포스터를 제작해 지속적으로 배포하고 있으며, SNS 운영, 보도자료, 홍보물 배포 등 국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야생동물 질병 이야기라는 책자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유튜브도 제작하여 일반 국민의 이해를 제고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매년 야생조류 AI 관련 전문가 포럼 및 연찬회를 개최하여 연구기관 및 관계부처 간 최근 AI 동향과 연구 결과 등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AI·ASF를 대응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방역 방법 및 폐사체 의뢰 요령 등을 교육하여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소통하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ASF가 발생하고 있는 지자체나 인근 지자체의 부단체장과 수시로 만나거나 영상회의를 통해 대응 역량을 점검하고 발생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더욱이, AI·ASF와 같은 야생동물 질병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주변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아시아야생동물보전의학협회가 매년 주관하며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국제학술대회가 금년 10월 제주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이 기간에 아태지역내 국가 간 첫 모임인 가칭 정책라운드테이블(Policy Round Table)도 개최하여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관리 비전·방향 등을 점검해 나갈 것입니다. 현재 아태지역의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관한 선언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참가국과의 진심 어린 논의와 토론을 통해 성과를 제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간 정보 공유 및 공동 연구 등을 위해 양자협력도 본격화하고 있는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지난 4월에 방문 협의를 통해 협력 사항을 구체화했습니다. 조만간 미국의 야생동물보건센터(NWHC)와 일본의 이즈미 시 등과 협력 의향서(MOU)를 체결할 예정입니다.

 

야생동물유래 질병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시스템과 질병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우선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느 질병이 유행할 것인지를 조기에 발견하는 조기경보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올 겨울에 야생조류에서 AI의 어떤 유형이 유행할 것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 여름에 몽골 등에 가서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해야 하는 것이죠. 다음으로 인프라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시설과 장비가 있어야 분석과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원에서는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 2곳을 운영 중이며, 올해 연말까지 동물 이용 생물안전 3등급 연구시설(ABL-3)을 추가로 구축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등 신·변종 감염병이 증가하고, 국민 건강과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활용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신동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장 [사진=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사람·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One-Health)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원헬스라는 것은 결국 사람-동물(가축)-환경(야생동물), 이 세 개의 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산업 동물을 잘 관리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세 개의 축은 질병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를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부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의 70%가 야생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홍역을 비롯해 탄저, 에이즈, 코로나(COVID-19) 등이 대표적인데요. 사람-동물-환경 이 3개의 축을 담당하는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원헬스 차원의 관리를 위해서는 관계기관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신속한 정보공유와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야생동물관리원을 포함한 환경부, 질병관리청,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인수공통감염병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질병 관리의 관점에서는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포괄적 모니터링체제 구축이 긴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감염바이러스 및 발병원인, 감염경로 등 야생동물 질병 발생의 최근 추이와 더불어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야생동물 폐사체를 조기에 발견하여 진단하고 분석하는 것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를 사례로 들겠습니다. 최근 해외에서, 특히 북미, 유럽 등에서 물범, 붉은여우, 스컹크, 너구리 등 육식성 야생 포유류가 AI에 감염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으며, 남미의 페루 해변에서는 고병원성 AI로 인해 바다사자 약 600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야생 여우와 너구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되었습니다. 야생 포유류의 감염은 주로 육식성의 야생 포유류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조류를 포식하는 과정에서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202110월부터 20231월까지, 전 세계 79개국에서 발생한 포유류 감염사례가 약 120여 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국내의 경우 야생 포유류에서 AI가 검출된 사례는 없으나, 최근 야생조류를 먹이로 하는 맹금류에서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되고 있어 야생조류를 잡아먹는 육식성 야생 포유류에 대한 선제적인 감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는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AI 예찰 및 주민신고 등을 통해 폐사체와 같은 시료를 확보하고, AI 진단과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SFTS입니다. 이 질병은 야외활동을 하다 체내에 바이러스를 보유한 참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되는 질병입니다. 2009년 중국에서 최초로 확인된 이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중국, 일본, 베트남, 대만, 미얀마, 태국 등)에서 발생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SFTS는 치명률이 높은 질병인 만큼 여러 가지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지만,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없고 예방백신도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SFTS 유행시기인 4월부터 11월 사이에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합니다. 풀숲이나 덤불 등과 같은 참진드기 서식지에 들어갈 때 긴 소매와 바지,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하고, 양말 안에 바지단을 넣고 발을 완전히 덮는 신발을 착용하는 게 좋습니다. 야외활동 후 6~14일 정도의 잠복기 이내에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및 미래세대를 위해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꾸는 공통의 꿈은 미래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환경과 지구를 물려주는 것입니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환경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응하느냐일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정책 기조로 추진해왔으며,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을 위한 인류의 정책적 의지를 결집한 2015년 파리협정에도 적극 참여한 저력이 있습니다. 사실 환경부는 지난 20053아태 환경과 개발 장관회의(MCED)를 서울에서 개최하면서 녹색성장에 관한 정책방향을 전 세계에 처음 제시한 바 있습니다. 최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표방하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ESG투자에서도 선도자로서 발돋움해야 할 때입니다. 유럽연합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의 공급망 실사 지침,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 막바지 이행 준비에 있고 탄소국경제도 이행 역시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장벽이 세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후위기가 촉발하는 이러한 세계 대전환은 질병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예전에는 어느 한 국가의 마을 단위에서 끝났을 풍토병이 최첨단 교통수단을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지고 있습니다. 높은 밀도로 살아가는 사람과 가축은 바이러스에게 쉽고 빠르게 옮겨 다닐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열대우림은 가축 방목, 대규모 팜유 농장 등을 짓기 위해 순식간에 불태워지고 있습니다. 사람과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 새로운 감염병 발생도 우려됩니다. 기후위기로부터 나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 야생동물이 공생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각 분야에 계시는 한 분 한 분이 그 분야에서 받침돌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를 자생적 혁신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이 자생적 혁신이라는 지난한 문을 다같이 함께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 지향하는 앞으로의 방향과 목표, 비전이 궁금합니다.

정책의 수준과 높이가 그 나라의 번영(flourishing)을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질병이 야생동물에서 가축으로 사람으로 넘어오는 것을 차단하고 관리해나가며, 기후위기와 챗GPT와 같은 기술적 진보 등 환경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면서 통합적 시각(One-Health)에서 질병의 원인을 분석·점검·진단하고 평가하는 일관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이러한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야생동물에 대한 포괄적 모니터링체계를 구축하고 사안별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뿐만 아니라 질병 관련 인프라에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투자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내외의 여러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야생동물 질병이 국민에게 미치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겠습니다. 특히,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광역 시도의 야생동물구조센터와의 협력에 만전을 기할 예정입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야생동물로 인한 질병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검역체계도 차근차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올해 10월 개최되는 아태지역 정책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가급적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관한 선언문을 도출하고 미국, 일본과의 양자 협력도 추진하는 등 국제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원장님께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이 있다면 무엇을 꼽으시는지와 더불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힘이 있다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25년여 전, 성적순으로 부처를 정할 때 박수까지 받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며, 막연하게 시작한 환경정책 입문이었습니다. 25년여를 환경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환경정책의 기획과 집행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보고서도 센스 있게 잘 만들어야 하고, 때로는 주민 불만을 듣고 소통하기 위해 소주와 막걸리에도 능해야 하며, 지자체 공무원들과의 협력과 함께 국제협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모든 것에 만능인 멀티플레이 능력을 갖추어야 했었죠. 요즘 와서는 인화(人和)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직간접적으로 듣고 이를 기획하여 법제도 및 예산 마련 등 정책을 추진하거나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 일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따라서 동료 및 상사와의 협업과 보고 절차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 중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20208월 발생한 대홍수 이후 경남, 전남, 전북, 충남 등 남부지역 주민들과의 격렬한 논쟁과 토론과 소통이 기억납니다. 아들 내외를 돕기 위해 몇 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인삼 농사가 쑥대밭이 되어 울먹였던 충남 금산의 대표님, 70세가 넘은 나이에 고장의 대표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대표님 등과 기나긴 논쟁 후 같이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고 바로 사무실로 돌아가 저녁 늦게 상위기관에 보고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홍수를 계기로 민심이라는 큰 바다가 출렁여 국토교통부 소관의 하천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었다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통합과 일원화의 효과는 단기가 아닌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당연히 현장에서 같이 고생한 동료는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생을 바꾼 단 하나의 힘이 무엇인가를 물으신다면, 저는 우공이산(愚公移山)’맥연회수(驀然回首)’라는 두 사자성어로 답하고 싶습니다. 우리말 의미는 목표를 세워 꾸준히 노력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덧 목표를 달성하는 날이 온다정도일 것입니다. 오늘도 정책 현장에서 열정과 자존감으로 애쓰고 계시는 공무원분들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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