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 탄소중립의 중요한 열쇠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달성하기 위한 차세대 소재 연구
한정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 탄소중립의 중요한 열쇠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달성하기 위한 차세대 소재 연구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4.10.07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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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미래 속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 대한민국 제조산업

철강산업은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탄소집약적 산업이다. 국내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산업 부문의 약 39%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을 웃도는 수치로, 철강산업의 탈탄소화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필수 과제라 여겨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한정호 교수는 가장 실현 가능한 탈탄소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한정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한정호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높은 기술력으로 철강산업 경쟁력 높이는 전략 소재 
‘고부가 철강재’ 연구

차세대 강판소재 및 극한환경용 합금소재 설계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한정호 교수는 새로운 금속재료 개발을 위한 물리야금학(Physical Metallurgy)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가 이끄는 첨단구조재료연구실(Lab. for Advanced Metal Physics; LAMP)은 여러 금속재료 중에서도 현대 산업의 핵심이자 국내 10대 수출 품목에 지속적으로 랭크되어온 철강 소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한 교수는 여러 첨단재료 연구와 비교할 때 철강소재 연구가 다소 진부한 주제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철강재는 제조에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나 저렴한 비용으로 이윤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고부가 철강재’임을 강조했다. 고부가 철강재는 2000년대 이후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과잉공급으로 인해 침체된 국내 철강 산업을 다시 부흥하기 위한 전략 소재로 평가된다.
“잘 늘어나는 성질의 금속이라면 단단하지 않거나, 단단한 성질의 금속이라면 잘 늘어나지 않는 등 대부분의 합금 및 금속들은 상반물성을 넘어서기 힘들었습니다. 첨단구조재료연구실(LAMP)에서는 높은 강도는 물론 잘 늘어나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데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반물성을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인 고부가 강재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연세대학교 금속시스템공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원에서 철강 및 금속재료를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뒤셀도르프의 Max-Planck-Institut fur Eisenforschung에서 Dierk Raabe 교수와 Dirk Ponge 박사의 연구 그룹에서 훔볼트 펠로우로 박사후연구원을 수행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전임교원으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전임교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 교수는 2020년에는 제11기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POSCO Science Fellowship)’에 선정되었으며, 2023년에는 ‘신진학술상(대한금속·재료학회)’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저가 원소를 활용한 미래자동차/모빌리티용 차세대 고강도-고연성 강판개발’, ‘친환경 액화가스 저장을 위한 극/초저온 기계적 물성이 우수한 강재 개발’, ‘전기로 재활용 기반의 가변물성 강재 개발’ 등 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한 개발된 철강재의 산업 적용성 및 지속가능성 평가를 위한 ‘수소취성(Hydrogen Embrittlement)’ 현상에 대한 연구를 다수 진행하고 있다. 

저탄소 초고강도 강판과 초저온 액화수소용 강재 등 
철강산업의 탈탄소화 위한 신소재 개발

최근 몇 년간 국내외 R&D를 뜨겁게 달군 주제는 탄소중립이다. 한정호 교수는 철강재료의 관점에서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과 진행 중인 ‘저탄소 조성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용 초고강도 강판 및 초저온 액화수소용 강재 개발’ 연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제4호 현대제철 지정연구실’로 선정된 첨단구조재료연구실은 향후 현대제철과 함께 3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한 교수가 집중하고 있는 첫 번째 주제는 차세대 자동차의 연비와 안정성 향상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용 초고강도 강판 개발’이다. 고강도 강재를 차체 강판으로 사용하면 승객의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강판 두께를 얇게 만들어 차체의 무게는 줄이고 연비는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금속 소재는 강도가 높아질 때 연성이 저하되어 성형성 문제가 야기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복합 다상 미세구조 제어와 강화 메커니즘의 최적화를 통해 GPa급 초고강도를 띠는 동시에 우수한 연성을 갖춘 강재를 개발 중이다. 저가 원소를 활용함으로써 경제성과 기계적 성능을 동시에 충족하는 3세대 강판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 주제는 물 이외에 부산물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수소의 안전한 저장과 운송을 위한 핵심 기술인 ‘초저온 액화수소용 강재 개발’이다. 진정한 수소에너지 밸류체인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고압의 기체 수소를 금속 및 복합재료 용기에 저장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폭발 위험성과 낮은 에너지 저장 밀도는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압 수준에서 수소를 저장할 수 있으면서도 높은 에너지 저장 밀도를 나타내는 액체수소 저장방식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액화수소를 안전하기 저장하기 위해서는 영하 -253°C에 가까운 초저온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금속소재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금속 재료는 이러한 온도에서 연성-취성 천이현상이 발생하여 예기치 못한 파단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또한 매우 소량(수 ppm)만으로도 철강 소재에 수소취성을 유발하는 수소의 성질 또한 파단 위험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초저온 액화수소 환경에 적합한 강재는 이러한 두 가지 극한 조건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초저온 액화수소 환경에서 사용될 수 있는 표준 강재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스테나이트계 스테인리스강(300계열)의 적용성을 평가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높은 Cr 및 Ni 함량으로 인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기에 산업적 적용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간 극저온 강재 개발을 선도해온 일본에서는 300계 스테인리스강보다 합금 원소량이 적은 고 Ni 기반 마르텐사이트 강재를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일본 개발 강재보다 적은 합금원소량을 지니면서도 더욱 우수한 물성을 나타내는 강재를 개발 중이라 전했다.
해당 연구들은 세부 주제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수렴한다. 한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철강업계의 강점인 차체용 고강도 판재 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더욱 확고히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대부분의 원천 특허가 일본과 미국에 집중된 극저온 강재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기술 혁신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부와 함께였다.

고로 기반 제조 공법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1/4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전기로 공법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원인은 석탄(코크스)을 환원제로 사용해 철광석과 반응시켜 철을 생산하는 고로 기반 제조 공정에 있다. 궁극적인 해결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수소환원제철법이 제시되고 있으나 실효성을 갖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이에 고로 기반 제조 공정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4 이하로 줄일 수 있는 ‘철스크랩 재활용 기반 전기로 공법’이 탈탄소 기술의 현실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전기로 공법 역시 제조공정에서의 전기료 부담을 제외하고도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다. 먼저, 합금성분 제어가 수월해 여러 용도의 철강재 생산이 용이한 고로 공정과 달리 전기로 공정의 경우 다양한 조성의 철스크랩을 재활용하기에 성분 조성이 수월하지 않고, 생산 가능 제품군 또한 제한적이다. 제품의 마진율 또한 낮다. 더불어 스크랩 정련공정에서 제거가 용이하지 않은 Tramp 원소(Cu, Sn, P 등)는 재활용 사이클 반복에 따라 강재 내 축적되면서 기계적 성질을 저하시켜 고품질 철강재 제조를 어렵게 한다.
올해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과제에 선정된 첨단구조재료연구실은 탄소중립 실현의 일환인 ‘재활용 기반 지속가능 친환경 가변물성 철강소재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단일조성을 지녀 재활용/재생산에 매우 수월하면서도 ▲미세조직 극한제어기술을 통해 단일조성임에도 다양한 물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손상 내성 미세조직 구현을 통해 극한환경에서도 뛰어난 물성을 나타낼 수 있고 ▲Tramp 원소의 영향에 대한 물리야금학적 고차원 해석을 통해 Tramp 원소로 물성 저하가 거의 없는 철강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한 교수는 너무나 미래지향적이고 어려운 연구주제이지만 재활용 관점의 연구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연구주제라며, 유의미한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철강재료를 연구해온 한 교수는 무엇보다 산업적 적용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 교수는 철강의 경우 비교적 보수적인 재료이기에 개발된 강재가 실제 산업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는 첨단구조재료연구실에서 개발한 강제가 철강회사의 브로셔에 실리는 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원활한 연구를 위해 활발한 국내외 공동연구를 통한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공동연구 진행 시 무엇보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를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듣는 이의 입장에서 여러 번 생각하고 정리한 후 공동연구를 제안하는 것이다. 생각을 명확히 정리한 후 이를 글로 표현하면서 제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또한 논리적 제안을 위한 방법론 중 하나다. 한 교수는 제자들에게도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제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보고할 때 각각의 실험 데이터에 대해 왜 그 실험을 했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논리정연하게 스스로 설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금속이라는 소재에 매료되어 시작한 연구자로서의 삶...
제자들의 성장 바라볼 때 사명감 느껴

한정호 교수는 금속의 단순명확함에 매료되었다. 상반물성을 극복하고 강도와 연성이 높은 소재를 만드는데 도전한다. 이는 명확한 목표이지만 접근 방법은 수백만 가지이다. 한 교수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가기 위해 금속 소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가 이렇듯 왕성하게 연구를 수행하기까지 중요한 변곡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첫 발걸음을 내닫기 위해 박사후연구원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그는 마음속 1순위로 꼽았던 막스플랑크 연구소로의 연수를 위해 독일 장학재단인 Alexander von Humboldt 장학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박사 학위 심사 후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Ponge 박사, Raabe 교수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향후 2년간 수행할 연구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안서를 작성했다. 연구책임자로서의 첫 제안서이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지만 5개월여의 심사기간을 거쳐 Humboldt 재단에서 Fellowship 합격 메일을 받은 순간, 그는 비로소 자신의 연구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찾아왔음을 실감했다.
두 번째는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후 처음으로 교신저자로서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순간이다. 자신이 지도한 학생이 1저자로 참여한 논문의 교신저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적인 연구자 및 PI에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는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 교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여러 동기 중에서도 가장 큰 원동력은 제자들의 성장이라 말했다. 학위 과정을 처음 시작할 때는 미숙하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보람찬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학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세세한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지도해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자들이 스스로 연구적으로 판단하여 결과물을 제시하거나 후배들의 연구를 돕는  모습을 바라볼 때면 이 직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사실 저는 우등생보다는 열등생에 가까웠어요.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학과 공부가 너무 어려워 좌절을 겪기도 했죠. 학부 시절에는 학업보다는 기타 연주에 더 관심이 많아, 언더그라운드 밴드 활동을 오래 하며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전공에 대한 기초가 많이 부족했던 탓에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도 한동안 방황했습니다. 첫 국제 학술지 논문을 발표한 것도 꽤 늦은 편이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연구의 재미를 느꼈고, 운 좋게도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경험이 오히려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자 전통적 소재인 철강의 사용량은 지금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내 10대 수출 품목이자 전후방 산업을 연결하는 소재라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한 교수가 연구 중인 차세대 소재들은 제조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것을 넘어 제조강국 대한민국의 아성을 공고히 다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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